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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에 대한 금단현상.

 애정을 받는 쪽보다 주는 쪽이 불행한 건가_라고 묻는다면
 분명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만큼 행복하다_가 답이다.

 하지만 때로 주는 애정에 비해 받는 애정이 성에 차지 않을 때면
 마음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슬퍼진다.

 애정은 잘나서 받는 것도 아니고 못나서 주는 것도 아니다.
 단지 마음이 그렇게 흘러갔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애정을 받기만 하던 사람도 어떤 이에게는 받기보다 주는 쪽이 될 수 있고
 매번 주기만 하던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애정을 받기만 하는 사랑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애정을 받는다고 우쭐해 할 것도,
 준다고 해서 우울해할 것도 없다.

 그렇다 해도 주는 사람은 받는 사람에 비해 비교적 자주 슬퍼진다.

 자신이 애정을 주는 입장임을 알고 있더라도 연애는 서로 주거나 받거니 해야 제대로 굴러간다.
 한쪽만 과도하고 받고 한쪽만 과도하게 주면 그 관계는 얼마 되지 않아 끊어진다.

 관계에 대한 불투명성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항상 민감한 부분이라
 도리어 받는 사람은 그 관계가 꾸준히 오래 갈 거라 믿는다.
 
 애인이 있으면서도 때로 애인이 없을 때의 그 씁쓸하고 가라앉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지는 건
 누가 뭐라 해도 욕심이다.

 하지만 원치 않아도 그런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아주 사소한 일들로 기분은 가라앉고 관계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한다.
 
 마약을 해본 적은 없지만
 아마 금단 현상이란 이런 걸까.

 애정에 대한 금단형상으로 손이 떨린다.
 그리고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 줄 누군가를 찾는다.

 그렇다고 물론 애인을 대신할 사람을 찾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시간, 그 기분을 채워 줄 애정어린 사람을 찾을 뿐이다.

 손을 떨면서 핸드폰을 뒤져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한다.
 아무렇지 않은 척 떠들어도 상대는 나의 기분을 알아채는 경우가 많아서 아직 연기의 내공이 부족함을 느낀다.

 사람은 이토록 애정에 휘둘리는 존재인가.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확실하게 자신을 사랑해 줄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걸 보면
 사람은 완벽하게 애정에 의존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때로 애인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애인이 없을 때보다 더 처참하고 까슬까슬한 기분이 든다.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싸해져서
 손끝부터 서서히 차가운 기운이 올라온다.

 팔과 어깨를 거쳐 마음에 도달하면 눈에 툭 하고 눈물이 맺힌다.
 
 애인을 앞에 두고도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애인은 눈치도 채지 못했는데 혼자 당황스러워 어쩔 줄을 모른다.

 생글생글 웃으려 해봤자
 눈까지 제대로 웃기는 힘이 들어 잘 가라는 말만 겨우 하고 돌아서면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듯하다.

 애인은 애인은 애인은
 애정을 받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껏 한 번도 주는 쪽이 되어보지 못한 나는
 주는 즐거움과 괴로움을 동시에 알게 되어 매번 만감이 교차한다.

 받기만 하던 내가 지금껏 깨달은 거라고는
 애정을 주기만 하는 사람을 절대 얕잡아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

 주던 애정은 스스로의 통제 하에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지만
 받던 애정은 갑자기 뚝 끊겨버리면 
 애정을 주던 사람이 그때까지 느꼈던 고통을 다 합친 것만큼의 고통을 한 번에 받는다.

 그러니, 당신_
 당신도 지금까지 받는 애정을 많이 느껴봤잖아요.
 나는 잘 모르지만 어쩌면 주는 애정도 겪어봤을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이제 그 두 입장을 다 알 때도 되었으니
 받는 것보다 주는 즐거움을 느껴보면 어때요.

 당신이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나에게 주기만 하는 애정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다고요.
 
 당신이 자꾸만 나에게 애정에 대한 금단현상을 주게 되면
 나도 당신에게 더 이상 애정을 주기만 하는 쪽이 되지 못할지도 몰라요.

 그러니
 이제 그만 받는 쪽에서 조금씩 주는 쪽으로 옮겨와요.
 
 그래야 당신도 나도 모두 행복해질 거에요.
 당신은 똑똑하니 내 말의 뜻을 충분히 알아들었을 거라 믿어요.

by Lilia | 2009/11/09 00:58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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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11/09 02:0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ilia at 2009/11/09 23:49
기대하고 실망하고 아쉬워하고_의 반복이에요.
때로는 기대하지않고 실망할 일도 없으며 그래도 뭔가 조금 아쉬운 패턴으로 진행될 때도 있지만
이러니저러니 아쉬운 건 마찬가지에요.
Commented by 티티카카 at 2009/11/15 13:12
처음으로 사랑을 했을 때에는, 단지 주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터질듯이 행복
했어요. 그런데 마음이 점점 메마르고 황폐해지는 것을 알았습니다. 주기만
하고 받지 못하는 사람은 내 사랑을 무가치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어요. 사랑하는 것이 사랑받는 것보다 더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사랑받아야 해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니까..
Commented by Lilia at 2009/11/17 08:48
맞아요_
완전하게 주기만 할 수는 없죠.
주고받는 감정 속에 서로에 대한 애정은 더 돈독해지니까요.

악, 서로 똑같은 크기만큼 사랑하고 사랑받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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