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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있던 자리를 채워주는 것.

 한참 불타오르던 연애가 식어서 결국 사그라지면, 그 남는 자리에는 무엇으로 채워질까.
 
 나의 의도가 아닌 상대의 의도로 인해 연애가 멈추면, 가장 힘든 것은 당연히 상대에 대한 애정이다.
 하지만, 누구의 의도로 연애를 그만뒀는가에 상관없이 연애를 하던 둘 다 감당해야 할 문제는 바로 남아도는 시간이다.

 일주일 중에 일정한 시간을 떼어내 서로에게 할애하는 것이 어찌 보면 연애이다.
 친구는 아무리 친해도 일주일에 한 번은커녕, 한 달에 한 번도 보기 힘든데
 애인이 뭐라고 대체 그렇게도 자주 본단 말인가.

 일주일에 적어도 몇 번씩 봐야 하는 애인 덕분에 솔로일 때 만나던 친구도 모두 떨어져 나갔다.
 그 많은 친구를 만나던 자리는 오직 애인이 차지하고 친구를 만날 시간조차 없는 것이 연애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시간관념이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채워주던 애인이 갑자기 사라지면
 갑자기 너무나 많은 시간이 남아돈다.

 애인 때문에 만나고 싶던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이라 해도
 한 달 정도 부지런하게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대충 한 바퀴가 돌고, 더 이상 만날 사람도 없다.
 
 남는 시간은 타의로 이별은 맞은 사람에게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평일에는 학교나 회사 등의 일정이 있기에 그나마 어느 정도 커버가 된다.
 잠도 푹 자고 여유롭다.
 물론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며칠이 지나면 남는 시간 때문에 더 외롭고 힘이 든다.

 주말은 말할 필요도 없이 괴로운 시간이다.
 주말은 온전히 연애를 위한 시간이었다.
 애인과 만나 특별한 뭔가를 하지 않아도 주말은 애인을 만나는 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말 스케쥴이 텅텅 빈다.
 그렇다고 매주 소개팅을 할 수도 없고, 몇 번 소개팅을 해도 마음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도리어 더 씁쓸하기만 하다.

 그럴 때,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이라면
 뭐라도 배워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른다.

 애인이 있던 자리는 각종 잡다한 취미 생활이 들어선다.
 돈을 내고 뭔가를 배우는 행위는 단순한 학습 이외에, 주말에 꼭 해야 할 스케쥴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위안이 된다.

 이것이 아마도 자신을 위한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요즘 트렌드라는 기타도 한 번 배워보고
 여자들의 고상한 취미인 플라워에도 관심을 가져보고
 그러다가 문득 생각나면 소개팅도 한 번씩 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인가 예전 애인 따위는 생각도 나지 않고, 그 자리에 새로운 애인이 등장한다.

 물론 경험상,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더라.
 
 예전 10개월의 솔로 기간 동안
 난 각종 유형의 바인딩과 스윙, 그리고 여행 계획에 몰두했다.

 줄 사람도 없으면서
 바인딩을 배우고 온 날이면, 밤이 새도록 복습으로 몇 권씩 만들어보기도 했고
 함께 여행을 떠날 친구와 매주 주말마다 만나서 계획을 빙자한 수다를 떨기도 했다.

 애인밖에 없던 주말은 그렇게 채워졌다.
 그리고 가끔 별 재미없는 사람들과의 데이트, 이름도 물어보지 않고 끝난 소개팅 등으로 이벤트를 만들었다.

 물론 애인이 사라진 순간부터
 모든 감정을 깨끗이 정리하고, 애인이 없던 그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단지, 핸드폰에서 지워진 옛 애인의 전화번호가 내 핸드폰에 떠도 누군지 바로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되면
 새로운 애인이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것 정도가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전부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애인이 없어지면 심심할까 봐, 혹은 할 일이 없을까 봐
 헤어짐을 미루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주저 없이 헤어지라고 말하고 싶다.

 애인이 없더라도
 할 일은 정말 산더미.

 지금 망설이면서 연애하고 있다면,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을 뿐이다.

by Lilia | 2010/11/16 02:22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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